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펼쳐졌던 그 웅장하고도 정겨운 풍경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이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 중 하나이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건설 난이도가 높았던 이 길은, 저에게는 단순한 도로 그 이상이었습니다.
해발 수천 미터의 험준한 산악 지대를 뚫고 건설된 이 길은 수많은 이들의 땀과 희생이 스며든 파키스탄의 자존심과 같은 길입니다.
중국과의 국경을 연결하며 무역과 문화 교류의 통로가 되어주는 이 길은, 파키스탄에게는 경제 발전의 희망이자, 대외 관계의 중요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산맥들 사이로 난 굽이굽이 길을, 현지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작은 승합차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거대한 바위산과 푸른 숲이 번갈아 나타났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는 때로는 스릴 넘치는 경험을 선사했죠.
차 안 가득 실린 짐들과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이곳의 삶이 얼마나 강인하고 생동감 넘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붉은 천으로 덮인 짐들이 지붕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었지만, 그 또한 이 길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손수 만드신 것 같은 작은 수공예품을 건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에 길 위에서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느 마을에선가 잠시 멈춰 섰을 때, 길거리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갓 구운 듯 노릇노릇한 닭고기들이 철망에 걸려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죠. 투박하지만 정겨운 노점 풍경은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연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자, 가게 주인은 넉넉한 인심으로 닭고기 한 조각을 건네주며 맛을 보라 권했습니다. 짧은 영어로나마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며 “BTS? Samsung?”이라고 묻는 그의 모습에서 문화와 국경을 넘어선 교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맛본 음식은 잊지 못할 추억의 맛으로 남을 것입니다.
산 중턱을 오르다 만난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광활한 산과 계곡, 그리고 그 사이에 알록달록한 천들이 널려 있는 모습은 마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다양한 색깔의 천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이국적인 정취를 더했으며, 아마도 이곳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박한 시장이었을 것입니다. 그 뒤로 웅장하게 솟아오른 산봉우리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은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제가 신기한 듯 천들을 구경하자, 한 아이가 다가와 수줍게 웃으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마 관광객들을 통해 배웠을 그 한마디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아마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던 계곡이었습니다.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바위를 타고 쉼 없이 흘러내리고, 그 옆으로는 몇몇 간이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푸른색, 붉은색 천막 아래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셨던 차 한 잔은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보다도 값진 경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청년들이 제게 다가와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 놀라움과 동시에 반가움을 느꼈고, 잠시나마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키스탄 오지 여행은 단순히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자연의 웅장함과 사람들의 소박하고 강인한 삶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났던 파키스탄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과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길 위에서 만난 파키스탄의 강인함과 생명력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소중한 선물 같았습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풍경과 사람들은 제 가슴속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 길을 걸을 날을 꿈꾸며, 저는 다시 한번 파키스탄의 매력에 젖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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